월드컵 4강 탈락 프랑스 불탄
월드컵 4강 탈락에 불탄 파리, 그날 밤 무슨 일이 있었나
경기가 끝나고 나면 보통은 환호 아니면 침묵이다. 그런데 이번 프랑스는 조금 달랐다. 침묵 대신 폭죽 소리와 사이렌이 밤새 도시를 채웠다.
지난 7월 14일(현지시간), 프랑스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준결승에서 스페인에 0-2로 졌다. 미국 댈러스에서 열린 이 경기에서 오야르사발과 포로에게 연속으로 실점하며 무너졌는데, 우승 후보 0순위라는 평가가 무색할 만큼 경기력이 답답했다. 결승은 좌절됐고, 프랑스는 3·4위전으로 밀려났다.
문제는 경기가 끝난 다음부터였다.
거리로 번진 분풀이
패배가 확정되자 파리와 리옹을 비롯한 프랑스 곳곳에서 소요가 시작됐다. 흥분한 일부 시민들이 경찰과 긴급 구조대를 향해 박격포형 폭죽과 발사체를 쏘아댔고, 거리 곳곳에서는 쓰레기통에 불이 붙었다. 파리 외곽의 한 거리에서만 쓰레기통 열두 개가 탔다는 보도도 나왔다. 화재를 끄러 출동한 소방관들에게까지 폭죽이 날아들었지만, 다행히 이 과정에서 크게 다친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한 슈퍼마켓은 흥분한 무리의 공격을 받아 유리창이 깨졌고, 경찰은 군중을 해산시키기 위해 최루가스까지 동원했다.
체포된 사람 수는 집계 기관마다 조금씩 다르다. 파리 검찰은 성인 67명과 미성년자 21명을 포함해 98명을 구금했다고 밝혔는데, 파리에서만 약 141명이 붙잡혔다는 외신 보도도 있었다. 리옹 등 다른 지역을 합치면 전국에서 최소 160명, 많게는 200명 이상이 체포된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이번 사태로 사망하거나 중상을 입은 사람, 그리고 주요 시설의 대규모 파손은 확인되지 않았다.
하필 바스티유의 날
이날이 유독 격해진 데는 날짜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많다. 7월 14일은 프랑스 혁명의 도화선이 된 1789년 바스티유 감옥 습격을 기념하는 국경일, 이른바 '바스티유의 날'이다. 원래도 사람이 몰리고 들뜬 분위기가 되는 날인데, 여기에 월드컵 준결승 거리 응원까지 겹쳤으니 열기가 통제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흘렀던 셈이다.
프랑스 당국도 이 조합을 모르지 않았다. 그래서 경기를 앞두고 파리에만 군경 7000명과 소방관 2000명을 배치하고, 전국적으로는 7만 명 규모의 보안 인력을 추가로 투입했다. 길거리 음주와 폭죽 반입도 제한했다. 로랑 뉘네즈 내무장관은 "어떠한 무질서도 즉시 중단시킬 준비가 돼 있다"며 사전에 강하게 경고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게 더 씁쓸한 부분이다.
처음이 아니라는 점
사실 프랑스에서 축구 뒤에 벌어지는 소요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오히려 반복돼 온 쪽에 가깝다.
불과 두 달 전인 지난 5월, 파리 생제르맹(PSG)이 아스널을 꺾고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을 때도 수천 명의 팬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며 폭동이 벌어졌다. 그때는 780명이 체포되고 경찰관 57명이 다쳤다. 당시 마크롱 대통령은 "이것은 축구도 스포츠도 아니며, 우리가 사랑하는 모습도 아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흥미로운 건 방향이다. 5월엔 우승에 흥분해서, 이번엔 탈락에 분풀이로. 이겨도 져도 거리가 불탄다면, 이건 이제 경기 결과의 문제라기보다 그걸 받아들이는 방식의 문제에 가깝다.
남는 질문
경기장 안의 승패는 90분이면 끝난다. 하지만 그 감정을 거리에서 어떻게 풀어내느냐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응원과 난동 사이의 선은 생각보다 얇고, 한 번 넘어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어진다는 걸 이번 파리가 다시 한번 보여줬다.
이번엔 다행히 인명 피해가 크지 않았지만, 매번 운이 좋을 수는 없다. 축구가 도시를 하나로 묶는 힘이 있다는 건 분명한데, 그 힘이 반대로 향할 때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 프랑스가 계속 마주하게 될 숙제인 듯하다.
이 글은 2026년 7월 외신 및 국내 보도를 바탕으로 정리한 내용입니다. 체포 인원 등 일부 수치는 집계 시점과 기관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